길리건의 배려의 윤리 : 왜 ‘착한 아이’는 자기 것을 챙기지 못할까? (콜버그 비판) 3수준 2과도기

1. 길리건 이론의 등장 배경 (콜버그 이론 비판)

미국의 심리학자 캐럴 길리건(Carol Gilligan, 1936~)은 이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의 제자이자 동료였습니다. 하지만 길리건은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이 가진 치명적인 한계점을 지적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론을 구축했습니다.

구분콜버그(정의의 윤리)길리건(배려의 윤리)
핵심 가치공정성, 권리, 논리적 규칙관계, 책임, 유대감
판단 기준무엇이 옳은가?(Justice)누가 상처받지 않는가?(Care)
지향점독립성과 자율성 상호의존성과 연결성

콜버그의 연구는 주로 ‘백인 남성’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남성의 도덕적 판단 기준인 ‘정의(Justice)’와 ‘권리’만을 성숙한 도덕성으로 평가했고, 여성의 도덕적 판단 기준인 ‘배려(Care)’와 ‘책임감’은 상대적으로 발달이 덜 된 낮은 단계(3단계)로 규정하는 편향성을 보였습니다. 길리건은 이러한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비판하며, 남성과 여성의 도덕성 발달 궤적은 서로 다를 뿐, 어느 하나가 더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배려의 윤리(Ethics of Care)’**를 주창했습니다.

2. 남성의 ‘정의(Justice)’ vs 여성의 ‘배려(Care)’

길리건은 성별에 따라 도덕적 문제를 바라보는 목소리(Voice)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성의 도덕성 (정의의 윤리):

주로 독립성, 자율성, 권리, 보편적인 규칙을 중시합니다. 도덕적 갈등 상황에서 “무엇이 공정한가?”, “어떤 권리가 침해되었는가?”를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규칙에 따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의 도덕성 (배려의 윤리):

타인과의 연결성, 상호의존성, 책임감, 유대관계를 중시합니다. 갈등 상황에서 규칙의 엄격한 적용보다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길리건 도덕성

3. 길리건의 여성 도덕성 발달 3단계 (배려의 윤리 발달)

길리건 도덕성

길리건은 여성의 도덕성 발달이 ‘이기심’에서 출발하여 ‘타인에 대한 배려’를 거쳐, 궁극적으로 ‘자신과 타인 모두에 대한 배려’로 나아간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3수준과 2번의 과도기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1) 제1수준: 자기 생존 지향 (Orientation to Individual Survival)

오직 자기 자신의 생존과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기적인 단계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다른 사람의 필요나 감정은 고려하지 못합니다. 도덕적 판단의 기준은 철저히 ‘나 자신’입니다.

2) 제1과도기: 이기심에서 책임감으로 (From Selfishness to Responsibility)

이기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타인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기심)과 타인이 필요로 하는 것(책임감)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하며 다음 단계로 성장합니다.

3) 제2수준: 자기 희생으로서의 선 (Goodness as Self-Sacrifice)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가장 중요한 도덕적 가치로 여기는 단계입니다.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모성애적인 역할(전통적 여성상)에 순응하여,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선(Goodness)’이라고 생각합니다.

4) 제2과도기: 선에서 진실로 (From Goodness to Truth)

타인을 위한 맹목적인 희생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만큼 나 자신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진실, Truth)을 깨닫고, 자신과 타인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 현직 교사의 시선: ‘보드라운 아이’들에게 필요한 2과도기의 지혜

요즘 SNS를 보다 보면 외동아이의 사회성이나 방어 기제에 대한 고민이 참 많더군요. 하지만 제가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은 조금 달랐습니다. 특히 외동인 아이들은 관계의 선을 명확히 인지하고 오히려 ‘착하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많았죠. 반면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일상적인 갈등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몸소 배운 느낌이었고요.

문득 제가 대학에 입학할 때 어머니께서 해주신 조언이 떠오릅니다. “묻는 말에 곧이곧대로 대답하지 마라.” 상대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라는 그 말씀은, 어쩌면 타인에 대한 배려만큼이나 ‘나를 지키는 분별력’이 중요하다는 뜻이었을 겁니다.

미술 시간, 자기 작품은 뒷전인 채 친구들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쩔쩔매는 아이들을 봅니다. 길리건의 [제2수준: 자기희생]에 머물러 있는 ‘보드라운 아이들’이죠. 저는 이런 아이들에게 항상 말해줍니다. “너의 밥그릇을 먼저 챙겨도 괜찮아. 네가 행복해야 남도 도울 수 있단다.” > 거절과 갈등이 두려워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히지 않도록,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라는 [제2과도기]의 가르침을 주는 것. 그것이 우리 교실에 꼭 필요한 도덕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5) 제3수준: 비폭력 도덕성 (The Morality of Nonviolence)

길리건 이론의 최고 발달 단계입니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배려받아야 할 동등한 권리가 있음을 완전히 인식합니다.

아무도 상처받아서는 안 된다‘는 비폭력의 원칙을 바탕으로,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도덕적 책임을 다합니다. 이는 자기희생을 넘어선 진정하고 성숙한 형태의 배려입니다.

4. 이론의 의의와 교육적 시사점

길리건의 배려의 윤리는 도덕성을 평가할 때 남성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관계와 배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교육학적으로 큰 의의를 지닙니다.

오늘날의 교육 현장에서는 어느 한쪽의 도덕성만을 강조해서는 안 됩니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합리적인 규칙을 준수하는 ‘정의의 윤리’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관계를 돌보는 ‘배려의 윤리’를 조화롭게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돕는 전인적인 도덕 교육이 필요합니다.

길리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위키 백과 캐럴길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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