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엄마는 모유수유가 가능하다. 모유수유 실패는 불가능한 일이다. 장래희망이 ‘엄마’였던 나에게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는 당연히 거쳐야 할 정석 코스 같았다. 임신 기간 내내 젖물리는 자세를 공부하고 유방 마사지 이론을 섭렵했다. 주변에서 “모유수유는 엄마 노력이 아니라 아기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도, 솔직히 ‘나는 아닐 거야’라며 현실을 부정했다.
처음부터 단유를 결심하는 엄마들을 보며 ‘왜 아이에게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할까?’라는 짧은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무지했고, 진짜 현실 육아를 몰랐기에 할 수 있었던 겁 없는 생각이었다.
책에 나오는 정석대로 해보려다 4주 동안 피눈물 흘리며 깨달은 현실적인 혼합수유 대안과 멘탈 관리법을 공유한다. (필자는 모유수유 실패라고는 하지만 5개월까지는 혼합수유를 하며 모유수유의 기쁨을 찍먹했다!)
1. 유축과 직수 사이, 수유 텀 지옥의 시작
나의 모유수유 계획은 첫 단추부터 실패했다. 자연분만해서 직수를 빨리해야지!하고 마음먹은것과는 달리 양수부족으로 제왕절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제왕절개 4일 차, 민망할 정도로 적은 양의 첫 유축을 시작으로 3시간마다 유축기를 돌렸다. 퇴원 당일 겨우 60ml를 찍고 ‘이제 됐다’ 싶었지만, 아직까지도 모유수유 실패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진짜 지옥은 집으로 돌아와 직수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눈을 감고 아기맹수처럼 젖을 찾아 무는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예뻤다. 하지만 예쁜 것과 현실은 별개였다.
- 현실 1 (아기의 체력 한계): 책에서는 한쪽당 15분씩 물리라는데, 작게 태어난 아기는 5분도 안 돼서 잠들었다.
- 현실 2 (끝없는 수유 무한루프): 깨워서 물리면 먹다 잠들고, 내려놓으면 5분 만에 깼다. 한쪽을 겨우 물리는데 40분이 걸렸고, 배고프다고 울어서 분유 보충수유까지 하면 1시간이 흘렀다.
- 현실 3 (엄마의 방전): 아기를 겨우 재우고 남편에게 트림을 맡긴 뒤, 나는 남은 젖을 비우고 양을 늘리기 위해 다시 30분 동안 유축기를 붙잡았다. 수유 텀은 고작 1시간 반인데, 엄마는 쉴 새 없이 먹이고 짜내는 작업만 반복하며 영혼까지 탈탈 털리게 된다.
2. 혼합수유의 고비: 사출, 유두 통증, 그리고 젖거부
퇴원 3일 차, 이대로는 엄마가 먼저 쓰러지겠다 싶어 유축을 접고 “배고플 때마다 직수하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모유 양은 아기의 직성만큼 차지 않는데 사출(모유가 뿜어져 나오는 현상)은 심했고, 수유패드가 쓸려 유두는 찌르듯이 따가웠다. 내내 면티를 적시며 눈물을 흘렸다.

지친 내 모습을 보던 친정엄마의 권유로 결국 분유 보충을 섞는 ‘혼합수유’를 시작했다. 이게 모유수유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밤중 수유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일주일을 더 버텼지만, 4주 차에 강력한 복병이 찾아왔다. 바로 아기의 ‘유두 혼동(직수 거부)’이었다.
아무리 빨아도 콸콸 나오지 않는 엄마의 젖꼭지를 낑낑거리며 ‘퉤’ 하고 뱉어내는데, 그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상처를 받았다. 결국 새벽 내내 직수를 실패하고 분유를 먹여 재워야 했다. 모유수유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3. “엄마가 너무 폭력적이야” 친정엄마와의 갈등, 그리고 폭발
다음 날, 아기에게 섭섭했다는 내 말에 친정엄마는 “아기가 뭘 안다고 그러냐, 배고팠을 아기 생각을 해야지 그냥 분유 먹여라” 하셨다. 그래도 끝까지 좋은 것을 주고 싶어 다시 젖을 물리려는데, 아기는 여전히 자지러지며 거부했다.
어떻게든 양쪽 15분씩 물리려는 나를 보며 친정엄마는 결국 참았던 한마디를 던지셨다.
“너 너무 폭력적이다. 나오지도 않는 젖을 왜 그렇게 오래 물리니? 네 몸이 교과서가 아닌데 왜 교과서대로만 하려고 해? 아기 굶기지 말고 분유 먹여!”
그 순간 억울함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모유수유 실패라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을 겪었지만 나도 엄마로서 처절하게 노력하는 중이었고, 내 몸 부서져 가며 아기 생각해서 버틴 거였는데…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방에 들어가 한 시간 넘게 대성통곡을 했다.
속상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켜서 ‘모유수유 실패’를 검색해 봐도 온통 모유수유의 장점이나 “혼합수유는 완모 실패의 지름길“ 같은 교과서적인 글만 가득했다. 당장 위로가 필요한 나에게 그런 글들은 오히려 죄책감만 더 채울 뿐이었다.
4. 초보 엄마들에게 전하는 현실적인 혼합수유 가이드
전쟁 같은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새벽, 신기하게도 아기는 거부 없이 양쪽 모유를 깨끗이 비워주고 평소엔 눕지도 않던 아기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어 주었다. 어제 그렇게 난리를 친 게 미안할 정도로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의학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올바른 모유수유 방법과 신생아 수유 양에 대한 정석적인 가이드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클릭 시 이동)]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4주간의 피 말리는 과정을 겪으며, 나와 같이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초보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현실 조언을 정리해 본다.
① 엄마의 몸은 교과서가 아니다
책에 나오는 ‘한쪽 15분씩, 3시간 텀’은 로봇에게나 가능한 수치다. 아기의 설소대 구조, 빠는 힘, 엄마의 유선 발달 정도와 사출 강도에 따라 수유는 수천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교과서대로 안 된다고 해서 결코 엄마의 잘못이 아니다.
② 분유는 차선이 아니라 ‘훌륭한 대안’이다

모유가 최고의 선물인 건 맞지만, 엄마의 눈물과 스트레스로 가득 찬 모유보다 엄마가 평정심을 찾고 웃으며 먹이는 분유가 아기 정서에 훨씬 이롭다. 혼합수유는 실패가 아니라, 아기와 엄마가 타협점을 찾아가는 현명한 과정이다. 사실 5개월 이후에 모유수유를 끊고 나니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 외출할 때 짐은 바리바리 많이 챙겨야하지만 엄마의 자유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올라간다. 모유수유 실패가 아니라 엄마의 자유 얻기로 생각을 바꾸는걸 추천한다.
③ 유두혼동이 왔을 때는 잠시 내려놓기
아기가 직수를 거부하며 자지러질 때는 억지로 물리지 않는 게 좋다. 직수 자체에 공포를 느끼면 거부가 더 심해진다. 그 텀에는 과감히 유축 수유나 분유를 주고, 아기의 기분이 아주 좋을 때나 비몽사몽 할 때 슬그머니 직수를 시도하는 것이 팁이다.
④초유를 다 먹였다면 적극적으로 마사지 받기
나는 모유수유를 위한 마사지가 상술이라는 어느 의사선생님의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믿었다. 분수쇼 하는거 다 초유로 하는거니까 절대 마사지 받지 말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근데 나같은 경우 병원에서 이미 초유를 먹인거니까 집에서 젖이 잘 안 나올 때 바로 마사지를 받으러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출산 1달 후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 모유 질이 좋다는 칭찬도 들었고 분수처럼 나오는 모유를 보면서 모유수유에 대한 자신감을 엄청나게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축량도 50-60ml겨우 나오던 것이 꾸준히 유축하니 100일무렵에는 100ml가까이 늘어서 곧 끊어질 줄 알았는데 무려 5개월까지 혼합수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빨리 마사지를 받았더라면 완모도 가능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 글을 마치며 : 엄마도 자라는 중이다
내가 원했던 것보다 아기를 잘 돌보지 못하는 것 같아 매일 속상하고 평정심을 잃고 울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내 품 안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 평화롭게 잠든 아기를 보면 이내 마음이 정화된다.
아기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용을 쓰는 만큼, 엄마인 나 역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으며 용을 쓰고 있다.
완벽한 엄마는 없다. 아기가 자라는 만큼, 엄마인 나도 그렇게 아파하며 조금씩 자라나는 중이다. 오늘 밤도 수유실에서 눈물 흘리고 있을 모든 초보 엄마들에게, “당신은 이미 충분히 위대하고 잘하고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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